[#단편발견] - 김주원 감독 - "mosaic"
세계 최대 단편마켓, 클레르몽페랑에서의 이야기
- 클레르몽페랑 단편필름마켓 PICKS -
지난 2월 5일부터 8일까지 프랑스 클레르몽페랑에서 2024년 클레르몽페랑 단편필름마켓이 개최되었습니다.
세계 최대 규모의 단편영화 전문마켓인 클레르몽페랑 단편필름마켓에서 인디스토리 배급작 "mosaic"(김주원 감독)와 "미래의 집"(류형준 감독) 두 작품이 "올해의 주목할 만한 영화"인 PICKS에 등재되어
전세계의 많은 영화인들에게 소개되었는데요, 그 중 의 김주원 감독님이 직접 클레르몽페랑 단편필름마켓에 방문하였습니다.
김주원 감독님이 전하는 클레르몽페랑 단편필름마켓에 대한 생생한 후기와 단편영화 에 대한 이야기를 아래에서 확인해주세요!
1. 간단한 자기소개와 작품소개 부탁드립니다.
안녕하세요, 저는 단편영화 를 만든 김주원입니다.
서울과 뉴욕에서 활동하는 비디오그래퍼이면서, 도시에 관한 실험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. 는 서울의 풍경을 확대, 축소, 재조립하여 구성한 5분 분량의 단편 실험영화입니다.
2. "mosaic"를 처음 봤을 때, 영화의 영상미가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요, 분할되어 있는 화면들이 연속성을 가지고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도시의 삶 그 자체 같기도 하고, 영화라는 매체의 편린 같기도 합니다.
"mosaic"를 제작하게 된 계기나 배경이 있으실까요? 제작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으셨나요?
몇 년 전에 상암동에서 알바할 때, 꽤 높은 층의 사무실에서 창문 밖을 보면서 혼자 점심을 먹고 있었어요. 그 때 제 눈에 커다란 횡단보도가 보였었거든요. 사람도 없고, 차도 없고 그 큰 횡단보도에 단 한 사람만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가 신호가 바뀌자마자 빠르게 걷기 시작했습니다. 근데 그 순간 갑자기, 모든 게 슬로우모션처럼 보이면서…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. 그리고 그 걸음걸이에서 어떤 리듬이 들리는 것 같았답니다. 그 이후로 평생 봐 왔던 서울의 풍경들을 모두 음악처럼 다시 보고 듣기 시작했어요. 이렇게 복잡한 도시가 온전히 그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도시를 구성하는 모든 것에 그 만의 리듬과 패턴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. 반복되는 규칙은 일정한 형상을 이루며, 형태의 고리를 만들어 갑니다.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행동양식과 설계에는 이러한 유기적인 패턴들이 사슬처럼 연결되어 반복된다는 걸 좀 더 시각적인 표현으로 극대화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. 그리고 그 형상이 ‘모자이크’ 라는 미술양식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 분명하다고 느낍니다. 모자이크는 전체의 인식을 목적으로 하지만 개체의 중요성과 변화에 대해서도 개념화하여 의미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. 저에게는 대도시라는 오브제는 입체적인 모자이크로 다가오더라고요.
3. "mosaic"가 이번 클레르몽페랑 단편필름마켓 PICKS 목록에 올라, 감독님이 클레르몽페랑 단편필름마켓에 다녀오셨는데요.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?
매일 저녁마다 마켓 부스에서 meet&greet이 진행되었는데,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필름메이커, 배급사, 영화제 관계자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. 마켓 측에서 와인이랑 이런저런 술과 핑거푸드를 준비해주셨는데… 제가 와인을 너무 즐기는 바람에 조금 취해서 휘청거렸답니다.. 티 안났겠죠? 하하..
4. 이번 마켓에 다녀오시면서 단편영화의 배급사에 대해서도 새롭게 느끼신 점이 있다고 하셨는데, 조금 더 상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? 단편영화가 배급사를 가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지 감독님의 입장에서 듣고 싶네요!
단편영화 감독으로서, 배급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. 사실 단편영화의 경우에 - 특히 졸업작품 - 세상 밖으로 나갈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. 개인적으로 영화제에 출품하고 상영할 수 있긴 하지만, 대부분 완성 후 먼지 쌓인 외장하드 안에서 몇 년이고 열어보지도 않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. 그리고 혼자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잘 모르기도 하고요.
근데 저는 그게 좀 아쉬웠어요. 영화라는게 규모에 상관없이 한 번 만드려면 돈과 시간, 사람, 노력 그리고 정신적인 스트레스… 등등 투자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은데 만들고 그저 추억으로 간직하기에 저는 너무 가난했답니다…
인디스토리는 독립영화 제작 및 배급 쪽으로 유명해서 이미 알고있었고, 저보다 나이가 많은 회사라 체계가 튼튼하고 경험이 많다는 점이 믿음이 가서 배급 계약을 하게 되었어요. 영화제나 상영 등 제 영화가 최대한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 노력해주신다는 점이 정말 좋습니다. 작년에 많은 영화제들에서 상영을 했었는데, 아마 인디스토리가 아니었다면 출품 일정도 몰랐을거예요. 저는 200% 만족중입니다.
5. "mosaic"는 크게 실험 영화로 분류되는데요,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실험 영화의 매력은 무엇인가요?
실험 영화는 얼핏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워 보일 수 있습니다. 물론 실험 영화의 범위는 넓지만, 제 생각에 가장 큰 매력은 '정제되지 않은 러프함'이라고 생각해요. 우리는 익숙한 것을 찾지만 동시에 새로운 것을 갈망합니다. 새로운 것에는 거칠거칠한 사포같은 게 있거든요. 서툴지만 앞으로 나아가려는 열정은 언제나 매력적이고 특별하게 다가오죠. 창작자의 불완전하고 전위적인 시도가 관객의 마음에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던질 때, 딱 그 때! 머릿속에 콱- 박히는 쾌감이 있달까요…
6. 감독님의 차기작이 궁금한데요, 현재 제작 중인 작품이 있으신가요? 아니면 차기작으로 구상하고 있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아주 살짝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?
"mosaic"의 연장선에 있는 차기작을 현재 작업 중입니다. 이번에는 서울이 아닌 뉴욕이 배경이라는 점이 조금 다르겠네요.
많은 도시를 여행해보진 않았지만, 어떤 도시를 가든 사람과 건물이 밀집해 있는 공간은 그 자체로 어떤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. 이는 도시의 특성상,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요.
도시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은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혀있고, 그 곳에서 우리는 서로를 성립하게 하는 존재들입니다. 사람들의 생활, 건물의 모양과 색깔, 도로의 배치, 공원과 풍경 등 작은 것 하나하나가 모여 도시라는 큰 틀을 이루며, 그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. 그래서 수백 가지의 문화가 섞여있는 뉴욕이라는 매력적인 도시의 특징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타나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.
“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가"라는 질문을 스스로 자주 던졌는데, 그것은 사실 저의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. 저의 삶과 작품은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.
대학생 때에는 영원하고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매일 다짐했었는데 지금은 거창한 것보다 제 자신이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작업을 원하는 것 같아요. 작품을 만드는 동안 매일 성장하고 싶어요. 그리고 그 과정이 제 작업에 반영되면 스스로 매우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.
2022년 처음 세상에 선보여진 이후, 실험영화의 특성 상 특히 더 좁은 배급의 문임에도 당당히 깨고, 부수며 힘차게 나아간 "mosaic"의 성과는 인디스토리에게도 무척이나 뜻깊은 일입니다.
소중한 경험을 나누어준 김주원 감독님에게 감사 인사 전하며, "mosaic" 클레르몽페랑 단편필름마켓 PICKS 등재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!
[#단편발견]은 (주)인디스토리 단편배급작 감독님의 인터뷰를 비정기적으로 소개합니다.
[#단편발견]을 통해 한국 독립 단편영화의 다채로움이 보다 많은 분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.
인터뷰: 김도희 (해외배급팀)
카드뉴스 제작: 박예지 (국내배급팀)
